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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만 하는 친구 손절이 답

yuniiii 2024. 5. 25.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은 옛말, 이제는 "친구 잘못 만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더 와닿는 시대다. '베풀줄은 모르고 받기만 하는 친구'를 만나본 적 있는가? 오늘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일방적인 관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볼까 한다. 추억 일기 카테고리에 쓰긴 좀 그렇긴 한데, 뭐 나쁜 추억도 있는 거니까.

 

화려했던 생일 파티, 씁쓸한 뒷맛, 30만원 vs 15,000원

아주 옛날 가까운 친구의 생일을 맞아 직접 파티를 열어준 적이 있다. 내 돈 30만원을 들여 장소부터 음식, 선물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90년대 30만원은 아주 큰 돈이다. 1995년 짜장면 가격이 2천원 하던 시절)

생일 당사자인 친구는 물론, 함께 참석한 친구들까지 모두 즐거워했고 준비한 나도 뿌듯했다.

 

그리고 몇 주 후, 내 집에서 집들이를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뭐가 필요하냐고 묻길래 시계를 사달라고 했다. 파티에 내가 쓴 돈을 생각하면 친구들도 비슷한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뽀대나는 큰 벽시계를 사올 줄 알았다.

 

근데 친구 3명이 사온 선물은 15,000원짜리 시계였다. 브랜드 시계도 아니고 당시 중고딩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팬시점에서 파는 허접한 시계. (심지어 한달만에 고장나서 시계 바늘이 돌아가지도 않음) 셋이 합쳐 5만원만 넘는 시계였어도 나 아무 불만 없었을 거다. 돈 없는 학생들도 아니고 직장생활 한다는 것들이 팬시점 시계가 왠말인가.

 

세 명이 돈을 모아 사왔으니 1인당 5,000원씩 낸 셈. 물론 선물의 가격이 우정을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지만, 내가 당시 느낀 감정은 단순한 서운함을 넘어선 배신감에 가까웠다.

 

이거랑 비슷한 시계를 사왔는데, 이것보다 훨씬 허접했음.

끝없는 요구의 연속,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망한 기색을 애써 누르며 친구들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봤다. 중국집에서 배달시킬 거라고 하니까 친구들은 고급 중국 음식 메뉴를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팔보채,양장피,라조기..'

 

아주 중국집 풀코스가 따로 없었다. 장난식으로 그랬다면 차라리 웃고 넘길 일인데, 그게 아니었다. 눈동자가 반짝반짝 거리며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하긴 30만원짜리 생일파티 한지 한달도 안지났는데 짜장면 짬뽕이 눈에 차겠나. 얄미워서 탕수육 하나에 짜장면 시켜줬다.

 

이후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받기만 하는 행태는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새로 이사해서 가전제품 다 바꿀거라고 하니까 자기 남편이 운영하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사달라는 친구, 이미 두 개나 가입한 보험에 하나 더 가입하라고 떼쓰는 보험 아줌마 친구까지. 그들의 요구는 점점 더 대담해졌고, 나는 지칠대로 지쳐갔다.

일방적인 관계의 끝에서 찾은 깨달음

결국 난 그것들과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남들은 진정한 우정은 아무리 줘도 아깝지 않은거라고들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진정한 우정은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지는 건강한 관계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베풀줄은 모르고 받는 것에만 익숙한 인간은 결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물론 친구 사이에 금전적인 계산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일방적인 관계가 지속된다면, 그것은 이미 우정이 아닌 이용에 불과할 뿐이다.

받을 줄만 아는 친구는 손절이 답

'손절'이라는 다소 과격한 선택 이후 나에겐 평화가 찾아왔다. 그들의 휴대폰 번호를 차단했더니 다른 친구를 통해 내 근황을 묻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후 손절한 친구의 메일 몇 통이 왔지만 쿨하게 휴지통행.

 

그런 애들에게 돈을 쓰느니 차라리 아프리카 기아 아동을 돕는 후원을 하는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한 달 몇 만원의 돈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돈은 그렇게 쓰는 것이다.

 

받을 줄만 아는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게 좋다.진정한 우정은 서로를 위하고, 기분 좋게 희생할 수 있을 정도의 부담감과 자연스러운 주고받음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관계는 그냥 접어버리고, 진짜 친구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자. 그렇지 않은 관계는 과감히 끊어내는 용기를 가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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