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호랑이, 꼬꼬무 김득구 실화 영화
맨시니와 치열한 접접을 벌이다 맨시니의 라이트훅에 있는 턱 강타를 맞고 쓰러졌던 김득구. 힘들게 다시 일어섰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뇌사 상태. 이 안타까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하나 있는데 이계인, 김희라 주연의 한국 영화 '울지 않는 호랑이'다.
내가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유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때 엄마가 문화생활 시켜준다며 극장에 데려가서 보여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부산 보림극장에서 봤었는데 2본 동시 상영으로 성룡의 배틀크리크랑 같이 봤다. 이 기회를 빌어 좋은 추억 만들어준 엄마에게 감사를.
영화 '울지 않는 호랑이' 는 김득구의 일생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 전기 영화에 가깝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던 아이가 복싱을 알게 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마침내 챔피언에 도전, 1982년 미국 원정 경기에서 상대 선수 맨시니에게 결정타를 맞고 안타깝게 숨을 거둔다는 결말. 실화 기반이다.
요즘은 코믹스러운 중년아재 캐릭터에 특유의 허스키한 말투로 활약중인 이계인. 예전 70,80년대에는 영화에서 주연도 많이 맡았던 나름 주연배우였다. 영화 '울지 않는 호랑이' 에서도 김득구 역을 맡아 진지한 열연을 보여주었다. 평소 권투를 즐겨하는 배우답게 권투선수 역할 잘 어울렸다. 옆에서 김득구를 케어하는 코치 역을 맡았던 김희라 역시 노련한 연기를 보여줬다.
대형 스크린에서 이계인이 쓰러지던 장면에서 어린 마음에 울컥해서 엉엉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옆에서 달래지도 않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기만 하셨다. (왜 그때 안 달랬냐고 물어보니 사람은 가끔씩 우는 게 좋다, 내가 느낀 감동과 슬픔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그 시절에 보기 드문 지성을 갖춘 엄마인듯.)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내 어린 시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영화다. 꼬꼬무를 보다보니 영화의 내용도 새록새록 떠오르며 잠시 추억에 빠졌다. 방송에서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된 맨시니가 등장해서 한 말이 또다시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김득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난 죄책감에 빠졌고 심장에 칼 맞은 기분이었다고. 본인은 프로선수로써 최선을 다한거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으로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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