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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일기, 무적군단 호남정유

yuniiii 2020. 10. 23.

어릴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놀이 종목을 좋아했다. 야구,축구,배구,농구,핸드볼,탁구 등등 동그란 공으로 노는 스포츠라면 종목 상관없이 다 좋아했다. 학교 숙제도 안하고 티비 중계방송에 빠져 정신줄 놓고 있다가 엄마한테 혼나기도 부기지수. 지금 생각하면 다 빛바랜 추억이다. 

 

스포츠를 보다보면 리그에서 독주하는 팀이 항상 있다. 요즘이야 선수생명도 길어지고 이리저리 팀을 옮겨다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좀 덜한편인데, 과거에는 대부분 30살 전에 은퇴하는 게 일반적이었고 선수간의 이동이 많지 않아서 이기는 팀이 늘 이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불세출의 스타 박찬숙을 앞세워 '무적 함대'라고 불렸던 여자농구 '태평양화학'과 더불어, 대표적인 독주팀으로 여자배구 '호남정유'가 있다. 국내 리그에서 92연승을 달리면서 여자배구계를 평정한 바 있다. 어느정도였나면,  '호남정유' 주전이 국가대표 주전으로 그대로 나가서 출전했을 정도. (호남정유 홍지연,이도희,장윤희,박수정,정선혜 5명이 국대 주전 +나머지 1명은 한일합섬 김남순. 이 멤버로 199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획득한 바 있다.) 

 

당시 나는 지경희,이은경 등이 속해있는 현대 팬이었다. 매번 결승에는 올라가지만 번번히 호남정유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머무는 모습에 짜증이..

 

당시 호남정유의 팀컬러는 빈틈이 없었다. 장신에 스피드를 갖춘 홍지연은 이동공격이 탁월했고, 세터 이도희는 한박자 빠른 토스를 구사했다. 장윤희는 단신이지만 엄청난 탄력으로 백어택까지 날렸고, 살림꾼 박수정,정선혜의 기량도 좋았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에 다른 팀들은 속수무책으로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끝없이 이어질것 같았던 이들의 위세도 주전들의 연이은 결혼과 은퇴로 한 풀 꺾였다. 팀 이름도 GS칼텍스로 바꼈다지 아마. (2000년대부터는 여자배구를 잘 안봤다.) 

 

 

몇일 전, 김연경의 국내복귀 경기를 보다가 장윤희가 생각나면서 자동적으로 호남정유도 생각났다. 지금 여자배구 선수들은 옛날에 비해 피지컬도 좋고 공격도 시원시원하니 파워가 느껴진다. 예전 호남정유가 보여주었던 아기자기함과는 사뭇 다르지만 요즘 배구는 요즘 배구대로 볼만한 재미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배구장, 농구장에도 자주 찾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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